2006년 12월 23일 토요일

 



교복을 벗고 친구랑 둘이 무작정 서울로 올라가 헤매고 헤매다 결국 반대 쪽 시골로 가는 버스를 탔는데도 우리는 세월따라 버스 노선따라 태평하게 저렇게 사진을 찍고 놀다 그 시골에서 하룻밤 묵을 뻔 했었다.
그때는 그게 큰 일인줄 알았는데
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처음 가보는 낮선 시골에서 하룻 밤 묵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되었을텐데..
때로는 계획과 일상을 벗어나 즉흥적인 일탈을 해보는 것도 세월이 흘렀을 때 잔잔한 미소로 머금게 해주지 않을까?

2006년 12월 6일 수요일




해질 무렵 바람도 몹시 불던 날
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창가에 앉아
불어오는 바람 어쩌지도 못한 채
난 그저 멍할 뿐이었지

난 왜 이리 바본지 어리석은지
모진 세상이란 걸 아직 모르는지
터지는 울음 입술 물어 삼키며
내려야지 하고 일어설 때

저 멀리 가까워오는 정류장 앞에
희미하게 일렁이는
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알 수도 없는
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댈 봤을 때

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
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
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
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

결국 난 혼자라고 누구든 그렇다고
나 혼자 해결할 수 있다고
손 잡아주던 그댈 잊어버린 채
생각하면 그댄 나와 함께였는데
고집을 부리고 다 필요 없다고
나 혼자 모든 것들을 감당하려 했었지만 나
그댈 마주쳤을 때 눈물이 흐를 때
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되었네

낙엽이 뒹굴고 있는 정류장 앞에
희미하게 일렁이는
까치발 들고 내 얼굴 찾아 헤매는
내가 사준 옷을 또 입고 온 그댈 봤을 때

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
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
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
오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

나밖에 몰랐었지 어리석게도
주위를 한번만 둘러보기만 했어도
모두 한 명씩 나를 떠나가고
나는 세상과 계속 멀어지고
결국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
언젠지 도 모르게 내게 다가온 그대
세월이 모든 걸 변하게 해도
그대 손을 놓지 않는다고